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정치인들의 말 그대는 나의 기사(記事)

칠판을 거칠게 긁는 소리처럼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지는 소리가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서서 숙고의 흔적도 없이 쉽게 내뱉는 말들이 그렇다. 근래에 국회 정론관에 앉아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보면 기자회견장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길래 하는 얘기이다.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일을 그만두시라. 국민들은 정말 짜증을 느낄 것이다' 무언가를 대변하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말이다. 마음에 꼭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이나 그런 성미를 뜻하는 '짜증'이라는 이 단어는 안에서 걸러지지 않은채 나오는 말이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아이, 짜증나!"라며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말들 때문에 주변에서 불쾌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정치인들이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듣고 있는 국민들 기분은 어떨까? 역정이 난다면 그 이유와 해결책을 중심으로 순화해서 표현하면 될 것이지. 어린 아이들처럼 느끼는 대로 내뱉는 풍조가 안타깝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인터뷰할 때도 짜증내고, 이 원내대표가 왜 이리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다"면서 "인터넷 검색어에 '이한구 짜증'이 안 나오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문장을 포함해 불과 몇 십초 안에 짜증이란 단어를 6번이나 사용했다. 인터넷 검색어에 ‘이한구 짜증’이 오르길 기대하는 눈치다. 상대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말로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국회의원에게 있어 태도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민주당이 이한구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에서 '언어순화'를 강조하면서도 스스로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았다. '묻지마 살인'에 민주당의 구태정치가 영향을 줬다고 말했고, 민주당을 일컬어 국민짜증 일등급 정당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국민 짜증 일등급 정당이다. 민생과의 국면들을 계속 분열시키고, 불만만 키우는 민주당의 구태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는 그런 분위기 계속 강화시키고 있다. 나꼼수나 SNS상의 저질행태, 심지어는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살인행위 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23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이다. 전체 맥락을 생각해야한다는 이철우 원내대변인의 설명처럼 이 원내대표 발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부 말실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자신의 말에 계산과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결점을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작은 흠결이라도 깨끗하게 인정하는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국회 쇄신의 첫걸음, 어휘 선택에서부터 다시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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