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와 광해 그리고 강남스타일 그대는 나의 기사(記事)


지난 4일 싸이의 무료공연이 열린 서울광장에 8만여명(경찰추산)의 관객이 모여있다. / 연합뉴스

 서울광장에 10만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년 월드컵 이후 초유의 일이라고 한다. 10대에서 60대까지 한 데 뒤섞였다. "한국에서 누군가 해낼 줄 알았지만 그게 저일 줄 몰랐다“ 관중은 열광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시민들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 빌보드 1위를 노리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뿐만이 아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인 ‘광해’에는 공통된 외침이 있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지난달 8일(현지시간) 김기덕 감독(사진왼쪽)과
주연배우 조민수. / 연합뉴스

 ‘피에타’는 불편한 영화다. 현대사회의 암울한 이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빚을 독촉하며 급기야 신체를 절단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강도와 그를 구원하려는 등장인물 모두가 결국은 피해자다. 산업화의 썩은 내 나는 단면은 그저 영화 속 허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럽다.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청계천의 소규모 공장들은 고층 빌딩 숲과 혼란스러운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준 현대사회 부조리에 세계 영화인들은 공감했다.


지난 4일 서울시내 한 극장에 걸린 '광해' 포스터를 한 시민이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광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 했지만, 광대가 왕 역할을 맡게 된다는 픽션이 주를 이룬 영화다. 왕과 흡사한 외모를 지닌 광대가 투병 중인 왕을 대신하게 된다는 스토리. 영화 속 광대는 실제 광해군보다 정치를 더 잘해낸 것으로 보인다. 권력다툼의 정점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속국을 자처하는 간신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소리칠 줄 안다. 역할에 몰입한 광대가 그 순간 만큼은 왕이 된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자신들이 왕이 되어도 저렇게 했어야 한다며 공감한다.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녹아나는 대목이다. 


 ‘강남스타일’은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경쾌한 춤이 주를 이루며 세계 유수의 언론에 소개됐다. 싸이는 가사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강남은 미국의 베버리힐스와 같은 곳이다. 베버리힐스 스타일이 아닌데도 계속베버리힐스 스타일이라고 우기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희화화된 가사와 영상으로 양극화와 외모지상주의 등 우리나라에서 강남이 연상시키는 부정적 이미지를 기분 좋게 비틀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중문화 속에는 어김없이 우리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녹아 있다. 대중의 열광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인파가 뒤섞이며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떤 감정을 공유했을까. 국민들은 변화를 열망하며 응집하고 있다. 이제 정치권이 비전을 제시할 때다. 박수만 치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현용 기자 cast27@bbsi.co.kr 
--------------------------------------------------------------
10월 11일 BBS 인사이드뉴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ttp://www.bbsi.co.kr/NEWS/INSIDE_VIEW.ASP?NIDX=577582&NEWSCATE=0
#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정치인들의 말 그대는 나의 기사(記事)

칠판을 거칠게 긁는 소리처럼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지는 소리가 있다.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서서 숙고의 흔적도 없이 쉽게 내뱉는 말들이 그렇다. 근래에 국회 정론관에 앉아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보면 기자회견장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길래 하는 얘기이다.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일을 그만두시라. 국민들은 정말 짜증을 느낄 것이다' 무언가를 대변하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말이다. 마음에 꼭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이나 그런 성미를 뜻하는 '짜증'이라는 이 단어는 안에서 걸러지지 않은채 나오는 말이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아이, 짜증나!"라며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말들 때문에 주변에서 불쾌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있지 않은가. 하물며 정치인들이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듣고 있는 국민들 기분은 어떨까? 역정이 난다면 그 이유와 해결책을 중심으로 순화해서 표현하면 될 것이지. 어린 아이들처럼 느끼는 대로 내뱉는 풍조가 안타깝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인터뷰할 때도 짜증내고, 이 원내대표가 왜 이리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다"면서 "인터넷 검색어에 '이한구 짜증'이 안 나오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문장을 포함해 불과 몇 십초 안에 짜증이란 단어를 6번이나 사용했다. 인터넷 검색어에 ‘이한구 짜증’이 오르길 기대하는 눈치다. 상대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말로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한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국회의원에게 있어 태도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민주당이 이한구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에서 '언어순화'를 강조하면서도 스스로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았다. '묻지마 살인'에 민주당의 구태정치가 영향을 줬다고 말했고, 민주당을 일컬어 국민짜증 일등급 정당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국민 짜증 일등급 정당이다. 민생과의 국면들을 계속 분열시키고, 불만만 키우는 민주당의 구태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는 그런 분위기 계속 강화시키고 있다. 나꼼수나 SNS상의 저질행태, 심지어는 학교폭력이나 묻지마 살인행위 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23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이다. 전체 맥락을 생각해야한다는 이철우 원내대변인의 설명처럼 이 원내대표 발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부 말실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자신의 말에 계산과 후회는 없었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결점을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작은 흠결이라도 깨끗하게 인정하는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국회 쇄신의 첫걸음, 어휘 선택에서부터 다시 해줬으면 한다.


이런 꿈, 저런 꿈! 지금 지나가는 이날, 오늘

요즘 몇 차례 꾸는 꿈이 있는데 명함에 관련된 것이다.

평소 책상 한 켠에 내 명함을 충분히 쌓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지만,
지갑이 두꺼워져 한 번에 많은 명함을 갖고 다니기에는 불편하다.

그래서 정작 있어야 할  때 없어서 애를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꿈에서 보이는 것이다. 

~~ 중요한 사람을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해야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의 명함만 지갑에 한 가득.
지갑을 꺼내 샅샅이 한 장 한 장 보며 노심초사 내 명함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없다.
급기야 가방을 꺼내 명함이 있는지 찾아봐도 없어서 진땀을 흘리다가 깬다. ~~

이런 꿈을 꾸는 사람이 나 뿐인 건 아닐 것 같다.

왜냐하면 다음에 내가 말하는 꿈은 관련 직군에서 공통된 꿈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 나는 무대 위에 올라서있다. 관객들이 한 가득이다. 그런데 대사를 외우지 않았다.
어찌 해야 하나, 애드립도 한 두번이지 대본 전체를 애드립으로 갈 순 없다.
지어낸 한 마디 한 마디를 버벅거리다 눈을 뜬다.~~

대학 연극동아리 시절 꾸던 꿈인데 연극 배우들이 많이 꾸는 꿈이라고 한다.

이런 꿈, 저런 꿈!

선수의 함정 지금 지나가는 이날, 오늘

李 선수! 선수? 아마 운동대회 참가할 때를 제외하고는 언론사에 들어와 대다수 기자들이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 아닐까 싶다. 선수(選手)... 운동경기나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뜻 외에도 우리는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을 가리켜 선수라고 부른다. 듣기에 나쁜 말은 분명 아니지만, 경계해야할 저의(底意)는 있다.

함정(陷穽)은 속보경쟁에 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누가 1분 1초라도 먼저 기사를 쓸까. 시청자와 독자들이 마다할 일은 아니다. 굳이 채근(採根)하지 않아도 따끈따끈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신속 배달해주니 말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단골 재료고 섹스나 돈은 인기 양념이다. 다만, 살아있는 정권 비리 의혹 세트 메뉴는 귀한 재료가 필요하며, 일반인에게는 잘 팔지 않는다.

법조출입을 하던 말진 기자들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게 이런 얘기가 오가곤 했다.“그 기사 봤어? 근데 도대체 어디서 확인된 거야?” “빨대가 있다는데?”

‘그 빨대는 빨리고 싶은 빨대인가. 빨아먹는 빨대인가. 씻은 빨대인가’

“그 부분은 수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오보 쓰지 마십시오”

기자들에 둘러싸인 검찰청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그리고 기자들은 스무고개를 즐겨한다.

의혹 < 혐의 < 기소 < 재판 < 판결 < 유죄확정 순으로 더 중요한 뉴스로 다룬다는 언론 선진국의 사례를 거론해본다면 우리나라는 180도 반대다. 의혹이 있을 때 단독이 되고 특종보도가 되기 때문이다. 추측과 가정도 빠지면 서운하다. 물론 취재과정의 노고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계해야할 부분은 오보이고 정보의 과잉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말진 기자들이 잡진, 일진이 됐을 때는 달라질 거라 믿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모 정당 모임 뒤풀이 때 일이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던 기자들은 번갈아가며 들어오는 의원들의 노래를 직접 들을 기회가 생겼고, 분위기는 달아올라 모니터에는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하나, 둘, 셋... 늘어났다. 기자도 열창한 뒤 100점이 나왔다는 환호성과 내라는 성화에 못 이겨 그의 자제이신 율곡 이이 선생님이 그려진 5천원을 건넸다. 단위는 5로 같다. 문제는 금액이 늘어나는데 있었다. 물론 100단위를 넘지 않았고 노래방에 있던 사람 수도 10명을 훌쩍 넘어서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이 돈을 어디에 써야할지 괜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결국 적지만 우리 돈은 아니라는 생각에 우리는 서울 시내 한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내게는 업보(業報)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작은 악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물방울이 모여 항아리를 채우듯 작은 악이 쌓여 큰 죄악이 된다.” 법구경(法句經)에 나오는 부처님말씀이다. 행동과 습관을 소중히 여기는 선배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참 즐거운 선배이고 싶다. 현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배들에게 엔도르핀과 무언의 감흥을 주는 선배이고 싶다. 지친 모습은 괜찮지만, 지루한 모습이고 싶지는 않다. 오래가져갈 직업이라면 열심히만 하지 말라는 혜민 스님의 말씀에 공감한다. 로봇처럼 척척 찍어내는 기사를 원하는 곳이라면 떠나야 한다. 육하원칙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기사를 만들어 뽑아 주는 자동기사작성기나 나오지 말라고 누가 감히 장담 하겠는가.

무엇보다 후배를 무서워할 줄 아는 선배가 되어야겠다. 적어도 언론사라면 이병, 일병 때 고생하고 상병 때 일할 줄 알다가 병장되면 퍼지는 곳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힘을 내서 해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위 내용은 방송기자 2012년 여름호 특집 '선배 그 어려운 이름' 섹션에 기고한 글로 지난 6월 21일 작성했습니다.>


국회의원보다 한 발 더 빠른, 그들 그대는 나의 기사(記事)

'가방모찌'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까지... 국회의원 보좌진들에게는 구악(舊惡)으로 여겨지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최근에 벌어진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에도 보좌진들은 '우정 출연'했다. 국회 '몸싸움'의 현장에는 빠짐없이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의원 1명당 통상 9명, 모두 3천명 가까운 보좌진들이 모두 구악일까?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 이런 단순한 물음에 "대부분의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입법과 상임위원회 활동 등 의정 전반을 보좌하는 전문 직업인"이라고 이주희 보좌관(사진 왼쪽)은 말한다. '과속으로 뛰고 달리는 국회의원보다도 한 발 앞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이 보좌관은 국회에서 손에 꼽히는 여성 보좌관으로 18대에 이어 19대에도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과 함께 여의도를 뛰어 다니고 있다.

[보좌관 - 세상을 품고 내일을 연다(이주희 지음)]는 훔쳐보고 싶은 '일기(日記)장'이다. 지난 4.11총선 때 지역 유세를 다니며 허름한 방 안에서 밤새 틈틈이 써내려간 이 책에는 지난 5년 여 간 보좌관으로서의 좌충우돌 성장기와 좌화상은 물론, 그가 바라본 국회의원들과 공무원, 그리고 정치부 기자들의 모습까지 담아 간접경험의 재미를 더한다. 부록으로 실은 법률안과 보고서, 방송 출연 질문 답변서 예시는 미래 보좌진을 꿈꾸는 이들에게 유익할 듯 하다. 수(數) 적으로 열세인 여성 보좌관으로서의 경험담은 아직도 남성 위주의 풍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보좌관에 관해 보좌관이 직접 기술한 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책은 실무 매뉴얼이 아닌 에세이 성격이 짙어 한결 읽기 편하다. 몇 해 전 부친(父親)을 여읜 뒤 여의도를 떠날 생각도 했었다는 그는 젊은 날의 열정과 추억이 담긴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고 한다. 전공(법학박사, 안보정책 석사) 때문인지 안보에 관심이 높고, 농업분야가 대한민국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당부한다. 허투루 일하면 국회의원도 국민들도 자신도 불행해진다고, '껍데기는 가라'고, 매순간 허물을 벗고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꽤 괜찮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6월 20일자 BBS 인사이드 뉴스
http://www.bbsi.co.kr/NEWS/INSIDE_VIEW.ASP?NIDX=563495&NEWSCATE=0#


1 2 3